Caffeinated Coffee Consumption or Abstinence to Reduce Atrial Fibrillation :The DECAF Randomized Clinical Trial
DECAF 연구는 심방세동 또는 심방세동 병력이 있는 심방조동 환자에서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 섭취가 부정맥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기존에는 커피가 심방세동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커피를 줄이거나 중단해 왔다. 그러나 관찰 연구에서는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커피가 부정맥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모순된 근거 속에서 DECAF 연구는 커피 섭취가 실제로 심방세동 재발을 증가시키는지, 혹은 오히려 도움이 되는지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고자 진행되었다.
본 연구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5개 병원에서 모집된 총 2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상자는 모두 심방세동 또는 심방세동 병력이 있는 심방조동 환자로, 전기적 심율동전환을 통해 정상 리듬을 회복한 직후 무작위 배정을 받았다. 연구 참여자들은 과거 5년 내 커피를 마신 경험이 있어 커피라는 생활습관 요인에 익숙한 집단이었다. 배정은 카페인 커피 섭취군과 커피·카페인 금욕군으로 이루어졌으며, 섭취군은 하루 한 잔 이상의 카페인 커피를 꾸준히 마시도록 권고받았고 금욕군은 카페인뿐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와 기타 카페인 함유 음료까지 모두 금지되었다.
연구 기간 동안 두 군 사이의 커피 섭취량 차이는 매우 명확하게 유지되었으며, 실제 섭취량은 주당 7잔 차이가 꾸준히 유지되었다. 환자들은 평균 69세였으며 남성이 70% 이상이었다.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심부전, 당뇨병 등 심혈관 질환 관련 기저질환은 두 군에서 거의 동일하게 분포했다. 심방세동의 병력 역시 양군에서 유사하였고, 절반 이상이 항부정맥제를 복용하고 있어 심방세동 재발 위험이 높은 집단임을 보여주었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30초 이상 지속되는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 재발로 정의되었으며, 이는 12유도 심전도, 착용형 ECG 기기, 삽입형 루프 레코더, 이식형 심박기 또는 제세동기 기록 등을 통해 임상적으로 확인되었다. 추적 관찰은 6개월간 이루어졌고, 연구자 개입 없이 실제 임상 진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모든 심전도 기록이 분석에 포함되었다. 전체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연속 감시가 가능한 기기를 사용하고 있어 재발 자료의 신뢰도도 매우 높았다.
6개월 추적 결과, 전체 환자의 56%에서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 재발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두 군 간의 재발률은 뚜렷하게 차이를 보였다. 커피 섭취군에서는 47%가 재발했지만, 금욕군에서는 64%가 재발하여 커피 섭취군이 금욕군에 비해 재발 위험이 39%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었다(HR 0.61, 95% CI 0.42–0.89). 심방세동만 단독으로 분석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으며, 심방조동은 사례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감소 경향을 유지했다. 심근경색, 심부전 악화, 뇌졸중, 응급 내원 등 주요 부작용 및 임상 사건의 발생률은 두 군 간 차이가 없어 커피 섭취가 안전 측면에서 특별한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DECAF 연구는 카페인 커피가 심방세동 재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기존의 경험적 믿음을 뛰어넘어, 실제로 커피 섭취가 부정맥 재발을 증가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감소시킬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기전적으로는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여 부정맥 유발성을 낮추는 효과, 커피에 포함된 항산화·항염증 성분의 긍정적 작용, 그리고 커피가 신체활동량 증가와 같은 건강한 행동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 등이 논의되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커피 섭취군에서 재발 위험 감소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DECAF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오랫동안 커피는 심방세동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환자들에게 제한되어 왔으나, 이번 연구는 이러한 관행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루 한 잔 정도의 카페인 커피가 심방세동 재발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었으며, 오히려 금욕보다 재발이 적게 나타났다는 사실은 환자 중심의 생활습관 지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이 연구는 커피 섭취의 영향력을 무작위배정이라는 강력한 연구 설계를 통해 검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다. 커피 섭취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생활습관 요소이며, 환자들이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다. 따라서 재발 위험 감소가 확인된 이번 연구 결과는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금욕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실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더 나아가 커피 섭취가 심혈관계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와 행동 변화까지 고려하면, 일부 환자에서는 커피 섭취가 유지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금욕군의 일부 환자가 카페인 금단 현상을 경험했을 가능성, 혹은 커피 섭취를 완전히 제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활 스트레스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본 연구는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반대로 커피 섭취군은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신체활동량 증가 등 건강한 행동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이러한 요소들 역시 임상적 결과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DECAF 연구는 커피 섭취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반드시 제한되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적정량의 카페인 커피는 실제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는 중요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향후 심방세동 환자 상담과 생활습관 교육에 있어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을 가능하게 하며, 커피 섭취의 용량, 종류, 환자별 반응을 탐구하는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된다.
1) Kim, E.J.; Hoffmann, T.J.; Nah, G.; Vittinghoff, E.; Delling, F.; Marcus, G.M. Coffee Consumption and Incident Tachyarrhythmias: Reported Behavior, Mendelian Randomization, and Their Interactions. JAMA Intern Med 2021, 181, 1185-1193, doi:10.1001/jamainternmed.2021.3616
2) Larsson, S.C.; Drca, N.; Jensen-Urstad, M.; Wolk, A. Coffee consumption is not associated with increased risk of atrial fibrillation: results from two prospective cohorts and a meta-analysis. BMC Med 2015, 13, 207, doi:10.1186/s12916-015-0447-8.